사도행전 번역 쟁점
개역개정·새한글성경·헬라어 대조
개역개정과 새한글성경을 헬라어 본문과 대조합니다. 낱말의 뜻과 문법, 대명사의 지시 대상, 사본에 따라 달라지는 읽기를 구절별로 살펴봅니다.
- 기준 본문
- SBL Greek New Testament
- 비교 역본
- 개역개정 · 새한글성경
- 분석 범위
- 낱말 · 문법 · 지시 대상 · 문화 · 본문 전승
17 / 17 쟁점
행 2:1지시 대상원문에 따로 쓰이지 않은 ‘그들’은 누구인가“그들이 다같이 한 곳에 모였더니”
“그들이 다같이 한 곳에 모였더니”
“그들 모두가 같은 자리에 함께 있었다”
ἦσαν πάντες ὁμοῦ ἐπὶ τὸ αὐτό
모두가 함께 있었다. 누구를 포함하는지는 앞뒤 장면에서 판단해야 한다
헬라어에는 독립된 대명사 ‘그들’이 없다. 3인칭 복수 동사 ἦσαν과 ‘모두’를 뜻하는 πάντες가 있을 뿐이다. 두 한국어 역본은 문장을 자연스럽게 만들려고 ‘그들’을 보탰다. 따라서 1:26의 ‘열한 사도’가 가장 가까운 복수 명사라는 이유만으로 오순절의 무리를 열두 사도로 확정하면, 번역이 보탠 대명사를 원문의 논거로 삼는 셈이 된다.
행 3:15낱말 의미‘생명의 주’인가, ‘생명의 창시자’인가“생명의 주”
“생명의 주”
“생명의 창시자”
τὸν ἀρχηγὸν τῆς ζωῆς
생명의 창시자 · 생명의 선도자
ἀρχηγός는 κύριος(주)와 다른 말이다. 어떤 일을 시작해 앞에서 이끄는 사람을 가리키므로 ‘창시자’, ‘선구자’, ‘지도자’의 뜻이 함께 있다. 베드로의 말은 사람들이 생명의 근원을 죽였지만 하나님이 그를 살리셨다는 역설을 만든다.
행 7:25지시 대상‘자기의 손’은 하나님의 손인가, 모세의 손인가“하나님께서 자기의 손을 통하여 구원해 주시는 것”
“하나님께서 자기의 손을 통하여 구원해 주시는 것”
“하나님이 자기 손을 빌려 구원해 주시는 것”
ὁ θεὸς διὰ χειρὸς αὐτοῦ δίδωσιν σωτηρίαν αὐτοῖς
하나님이 모세를 통하여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해 주신다
하나님이 그의 손을 통하여 그들에게 구원을 주신다
αὐτοῦ는 3인칭 단수 소유 표현 ‘그의’다. 문맥에서는 모세를 가리키며, 원문 구절에 모세라는 이름이 다시 나오지는 않는다. 구원의 주체는 하나님이고 모세는 그 수단이다. 개역개정은 ‘하나님께서’ 바로 뒤에 ‘자기의 손’을 두어 하나님의 손으로 읽기 쉽다. 새한글성경도 모세를 먼저 이름 붙였지만 ‘자기 손’은 그대로 둔다.
행 8:26문법·문장‘남쪽으로’와 ‘한낮에’가 모두 가능한 문장“남쪽으로 향하여 … 그 길은 광야라”
“남쪽으로 향하여 … 그 길은 광야라”
“남쪽으로 … 그 길은 외진 길입니다”
κατὰ μεσημβρίαν … αὕτη ἐστὶν ἔρημος
남쪽으로 가라 / 한낮에 가라 · 이 길은 광야 길이다
μεσημβρία는 방향인 ‘남쪽’과 시간인 ‘정오’를 모두 나타낼 수 있다. 개역개정과 새한글성경은 방향을 택했다. 빌립이 예루살렘에서 가사로 내려가는 길을 찾는 장면에는 잘 맞지만, 문법만으로 ‘한낮에’라는 읽기를 지울 수는 없다.
행 8:26지시 대상‘이것’은 길인가, 가사 성읍인가“그 길은 광야라”
“그 길은 광야라”
“그 길은 외진 길입니다”
αὕτη ἐστὶν ἔρημος
이 길은 외딴 길이다 / 이 가사는 버려진 곳이다
여성 지시대명사 αὕτη는 앞 문장의 여성명사인 ‘길’(ὁδός)과 ‘가사’(Γάζα)를 모두 받을 수 있다. 두 한국어 역본은 ‘길’을 가리킨다고 풀었다. 오늘날 널리 쓰이는 읽기이지만, 오래된 주석 전통에는 옛 가사 성읍을 가리킨다는 해석도 있다. 이 대목은 번역이 모호성을 없앤 선택이지, 개역개정만의 확정 오류는 아니다.
행 9:7; 22:9문법·문장동행자들은 소리를 들었는가, 듣지 못했는가“소리는 듣지 못하더라”
“소리는 듣지 못하더라”
“말씀하시는 분의 목소리는 듣지 못했습니다”
τὴν δὲ φωνὴν οὐκ ἤκουσαν
그 음성을 듣지 못했다 / 그 음성을 알아듣지 못했다
행 9:7은 동행자들이 ‘소리’를 들었다고 하고, 행 22:9은 듣지 못했다고 말한다. ἀκούω는 소리를 듣는 것과 뜻을 알아듣는 것을 모두 나타낼 수 있다. ‘소리는 들었지만 말의 내용은 알아듣지 못했다’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격의 차이만으로 이를 기계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다.
행 10:34낱말 의미‘외모’는 생김새가 아니라 편파적인 대우를 뜻한다“사람의 외모를 보지 아니하시고”
“사람의 외모를 보지 아니하시고”
“겉모습을 보고 차별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οὐκ ἔστιν προσωπολήμπτης ὁ θεός
하나님은 사람을 편파적으로 대하지 않으신다
προσωπολήμπτης는 문자적으로 ‘얼굴을 받아 주는 사람’이지만 실제 뜻은 신분이나 집단에 따라 편드는 사람이다. 고넬료 사건에서 문제 되는 것은 외형이 아니라 유대인과 이방인을 가르던 경계다.
행 11:20본문 전승안디옥에서 복음을 들은 사람은 ‘헬라인’인가“헬라인에게도 말하여”
“헬라인에게도 말하여”
“그리스말을 쓰는 사람들한테도”
πρὸς τοὺς Ἑλληνιστάς / πρὸς τοὺς Ἕλληνας
헬라파 유대인들에게 / 헬라인들에게
그리스어 사본에는 ‘헬라파 유대인’과 ‘헬라인’이라는 두 읽기가 전해진다. SBLGNT는 Ἑλληνιστάς를 본문에 두지만, 개역개정은 Ἕλληνας에 해당하는 ‘헬라인’을 택했다. 어느 읽기를 택하느냐에 따라 안디옥의 이방인 선교가 시작되는 장면을 설명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행 16:16문화 배경‘점치는 귀신’ 뒤에 있는 피톤 신탁의 세계“점치는 귀신 들린 여종”
“점치는 귀신 들린 여종”
“점치는 영에 붙들린 어떤 여자종”
ἔχουσαν πνεῦμα πύθωνα
피톤의 영을 지닌 여종
πύθων은 본래 델포이 신탁과 아폴론 전승에 연결된 피톤을 가리킨다. 개역개정은 기능을 분명히 전달하지만, 빌립보 사람들이 이 여종을 그리스·로마의 신탁 문화 안에서 이해했다는 배경은 보이지 않는다.
행 17:18문화 배경‘말쟁이’보다 모욕적인 ‘씨앗 줍는 자’“이 말쟁이가”
“이 말쟁이가”
“이 떠버리가”
ὁ σπερμολόγος οὗτος
이 잡동사니 지식이나 주워 모으는 자가
σπερμολόγος는 씨앗을 쪼아 먹는 새나 시장의 부스러기를 줍는 사람에서 나온 비하 표현이다. 여기서는 남의 생각을 조금씩 주워 와 아는 체하는 사람이라는 조롱에 가깝다. ‘말이 많은 사람’이라는 뜻만으로는 아덴 철학자들의 경멸이 약해진다.
행 17:22낱말 의미‘종교심이 많다’는 칭찬인가 비판인가“범사에 종교심이 많도다”
“범사에 종교심이 많도다”
“얼마나 신을 두려워하는지”
δεισιδαιμονεστέρους
매우 종교적이다 / 다소 미신적이다
이 비교급은 경건함을 인정하는 말과 미신적이라는 비판을 모두 허용한다. 바울은 청중의 관심을 얻는 말로 시작하지만, 이어지는 설교에서 그들의 무지를 곧바로 지적한다. 개역개정은 긍정적인 쪽을 선택했다.
행 19:2문법·문장‘믿을 때’인가, ‘믿은 뒤’인가“너희가 믿을 때에 성령을 받았느냐”
“너희가 믿을 때에 성령을 받았느냐”
“믿었을 때에 성령을 받았습니까?”
Εἰ πνεῦμα ἅγιον ἐλάβετε πιστεύσαντες;
믿었을 때 성령을 받았느냐 / 믿은 뒤 성령을 받았느냐
부정과거 분사 πιστεύσαντες는 문맥에 따라 주동사의 사건과 거의 동시에 일어난 믿음 또는 그보다 앞선 믿음을 나타낼 수 있다. 문법 하나만으로 성령을 받는 시점을 확정하기 어렵다. 이어지는 질문은 이 사람들이 무엇을 믿었는지를 먼저 확인하게 한다.
행 20:28문법·문장‘자기 피’와 ‘자기 아들의 피’“하나님이 자기 피로 사신 교회”
“하나님이 자기 피로 사신 교회”
“자신의 피를 통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신 교회”
διὰ τοῦ αἵματος τοῦ ἰδίου
자기 자신의 피로 / 자기에게 속한 이의 피, 곧 자기 아들의 피로
τοῦ ἰδίου를 ‘자기 자신의’이라는 수식어로 읽으면 개역개정과 같다. ὁ ἴδιος가 ‘자기에게 속한 이’를 가리키는 명사적 표현이라고 보면 ‘자기 아들의 피’라는 번역도 가능하다. 여기에 ‘하나님의 교회/주의 교회’라는 사본 차이도 얽혀 있다.
행 21:19지시 대상‘자기의 사역’은 하나님의 사역인가, 바울의 사역인가“하나님이 자기의 사역으로 말미암아 … 하신 일”
“하나님이 자기의 사역으로 말미암아 … 하신 일”
“자기의 섬김을 통하여 하나님이 … 행하신 일들”
ὧν ἐποίησεν ὁ θεὸς … διὰ τῆς διακονίας αὐτοῦ
하나님이 바울의 사역을 통하여 이방인 가운데서 하신 일
하나님이 … 그의 사역을 통하여 행하신 일들
αὐτοῦ는 3인칭 단수 소유 표현 ‘그의’다. 여기서 일을 행한 분은 하나님이고, 문맥상 ‘그’는 바울이다. ‘바울의 사역’은 지시 대상을 이름으로 풀어 쓴 번역이다. 개역개정의 ‘하나님이 자기의 사역으로’는 ‘자기’를 하나님에게 붙여 읽게 한다. 새한글성경은 ‘자기의 섬김’을 먼저 놓은 뒤 ‘하나님이’를 써서 사역의 주인과 행위 주체를 구별한다.
행 24:5, 14낱말 의미1세기의 ‘파’가 후대의 ‘이단’이 될 때“나사렛 이단” · “이단이라 하는 도”
“나사렛 이단” · “이단이라 하는 도”
“나사렛 사람들 분파” · “분파라고 말하는 그 믿음의 길”
αἵρεσις
나사렛파 · 그들이 한 분파라고 부르는 그 길
αἵρεσις는 이 문맥에서 바리새파나 사두개파처럼 특정 집단이나 분파를 가리킨다. 후대 교회의 ‘정통 교리를 부정하는 이단’이라는 기술적 의미를 바로 대입하면, 더둘로의 정치적 고발과 바울의 법정 변론을 오해하기 쉽다.
행 26:28문법·문장아그립바의 말은 질문인가, 빈정거림인가“적은 말로 나를 권하여 … 되게 하려 하는도다”
“적은 말로 나를 권하여 … 되게 하려 하는도다”
“잠깐 사이에 나를 설득해서 … 만들려고 하는구나”
Ἐν ὀλίγῳ με πείθεις Χριστιανὸν ποιῆσαι
그렇게 짧은 말이나 시간으로 나를 그리스도인으로 설득하려는가? / 적은 노력으로 나를 그리스도인으로 만들려는가?
ἐν ὀλίγῳ는 ‘짧은 말이나 시간에’와 ‘적은 노력으로’를 모두 허용하며, 문장에는 물음표가 전해진 것이 아니다. 개역개정은 단정적인 말처럼 옮겼지만 질문, 회피, 반어가 섞인 응답일 수 있다. 아그립바가 거의 회심했다는 뜻으로 단정할 수 없다.
행 28:4문화 배경‘공의’가 의인화된 디케로 들릴 수 있다“공의가 그를 살지 못하게 함이로다”
“공의가 그를 살지 못하게 함이로다”
“디케(정의의 여신)가 … 살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ἡ δίκη ζῆν οὐκ εἴασεν
정의의 여신 디케가 그를 살려 두지 않았다
관사와 문맥을 고려하면 Δίκη는 죄인을 추적해 벌하는 정의의 여신을 의인화한 말로 읽을 수 있다. 개역개정은 ‘공의’라는 추상명사로 옮겨 의미는 전달하지만, 멜리데 주민들의 종교 세계는 보이지 않는다.